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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AI로 심혈관질환 골든타임 확보…제주서 전국 확산 신호탄 쏘다

작성일2025-11-20 16:03

작성자기관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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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가 찍은 심전도를 AI가 단 20초 만에 판독해 환자를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가동됐다.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골든타임 확보를 앞세운 이 실험이 전국 응급의료 개혁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응급의료센터 송성욱 센터장은 지난 26일 인터뷰에서 “AI 심전도 시스템이 응급실 대응 방식을 바꿔가고 있다”며 “환자가 도착해야만 평가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병원에 오기 전 중증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병상이나 시술 준비를 미리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스템의 혁신은 김중희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와 조영진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스마트폰용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 ‘ECG Buddy’에서 시작됐다.
식약처 신기술 의료 심사 등록을 마친 이 앱은 12유도 심전도 사진을 입력받아 머신러닝 모델로 분석해 단 20초 만에 결과를 제공한다. 동성 리듬, 심방세동, 발작성 심실상성 빈맥 등 11개 항목을 판별하고 심근 허혈, 전해질 이상, 좌우심실 기능 등 10개 바이오마커를 위험도로 환산해 표시한다.
기존에는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촬영한 심전도를 휴대폰으로 찍어 카카오톡으로 구급지도 의사에게 전송했지만 화질이 조악해 판독이 불가능하거나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송 센터장은 “구급지도 의사가 화면을 확대해 보는 방식도 한계가 있어 명확한 ST분절 상승 심근경색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며 “AI가 도입되면서 훨씬 정밀하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3월부터 제주소방서 산하 11개 구급대가 심혈관계 환자 출동 시 ECG Buddy를 활용하는 파일럿테스트를 6개월간 진행했다.
실제 현장에서 앱을 활용한 양준환 제주소방서 소방장은 “심전도 분석과 의료지도 시간이 대폭 단축되면서 현장 체류 시간이 줄었다”며 “심혈관계 응급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곧바로 이송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송 센터장은 AI 판독이 의료진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때로는 의사가 중증이라고 판단한 환자를 AI가 정상으로 분류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며 “최종 결과를 보면 오히려 의사가 틀린 경우가 더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마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처럼 AI가 사람이 보지 못한 패턴을 발견하면서 의료진도 함께 발전한다”며 “AI는 어디까지나 참고 도구일 뿐, 최종 결정과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ECG Buddy는 제주대병원 응급실에서만 시범 적용 중이다. 하루 평균 5~6건의 심전도 데이터가 병원으로 전송되고 있으며, 파일럿테스트 이후 제주소방본부에서 도내 전 구급대로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송 센터장은 “도내 6개 병원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돌아가며 구급지도 당직을 서는데, 시스템이 정착되면 협의회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며 “제주도의 응급의료지원단에서 의결하면 공식 지침이 되어 6개 병원 전체로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의 특수성도 도입 효과를 키우고 있다. 그는 “제주는 병원 전 단계에서 12유도 심전도 촬영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다”며 “AI 판독을 더하면 병원 수준에 맞먹는 초기 평가가 가능해지고, 응급실은 환자 도착 전부터 치료 준비가 가능해져 예후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제주 모델은 전국 확산의 발판이 되고 있다.

송 센터장은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스마트 의료지도 시범사업을 준비하면서 ECG Buddy 같은 AI 기반 심전도를 흉통 환자 대응 교육에 포함하고 있다”며 “제직접 교육자료를 제작하고 있어 제주 모델이 표준화되면 전국 구급대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정책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19년 특별구급대 시범사업과 같은 성격으로, 성과가 입증되면 전체 구급대로 확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성욱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제주지역 심혈관계 환자가 병원 전 119구급대를 요청했을 때 병원 이송 전 심전도 촬영이 크게 늘고, 최신 AI 기술로 병원 수준에 맞먹는 평가가 가능해져 골든타임을 더 적절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효과가 잘 입증되면 전국 소방 전체에 통일성 있게 확산돼 우리나라 전체 응급의료 체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제주의소리1.png제주의소리2.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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